세금의 정치적 논쟁의 원인이 된다. 1776년 영국 정부가 식민지 미국에 부과한 세금은 미국인들이 분노하게 하여 미국 독립혁명을 촉발했다. 미국의 정치가들은 2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세금의 적절한 규모와 구조를 놓고 논쟁 중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올리버 웬들 홈스가 말했듯이 세금은 우리가 문명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내는 돈이다. 세금은 현대 경제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세금 부과의 효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세금이 시장 참가자들의 경제적 후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세금이 경제적 후생이 미치는 효과는 얼핏 명백한 것처럼 보인다.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두고자 한다면 그 돈은 분명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세금이 부과되면 수요자와 공급자의 경제적 후생은 모두 감소한다. 수요자는 전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공급자는 전보다 낮은 가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의 부과가 경제적 후생에 미치는 효과를 이해하려면, 수요자와 공급자들의 경제적 후생 감소분과 정부의 조세수입 증가분을 비교해야 한다. 이 분석을 위해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우리는 소비자와 공급자의 후생 감소분이 정부의 조세수입 증가분보다 크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조세로 인한 경제적 순손실
세금이 부과되면 구입자가 내는 가격과 판매자가 받는 가격 사이에 간격이 생긴다. 이 간격 때문에 이장에서 거래량은 감소한다. 세금 부과가 경제적 후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세금이 부과되기 전의 경제적 후생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세금이 부과된 경우의 경제적 후생의 변화를 살펴본다. 이렇게 세금 부과의 전과 후를 비교함으로써 세금 부과의 효과를 알아낼 수 있다. 세금이 부과되면 소비자잉여가 감소하고, 생산자잉여도 감소한다. 소비자잉여의 감소분과 생산자잉여의 감소분의 합이 조세수입을 초과하기 때문에 세금 부과는 경제적 순손실을 초래한다. 세금 부과 등과 같은 시장 왜곡 현상에 따른 경제적 총잉여의 순감소를 경제적 순손실이라고 한다. 세금 부과가 왜 경제적 순손실을 초래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 중 하나인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제7장에서는 우리는 정상적인 경우 시장이 희소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즉 세금이 없다면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균형 상태에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잉여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금이 부과되면 소비자가 내야 하는 가격이 상승하고 생산자가 받는 가격이 하락하여 소비자는 소비량을 줄이고자 할 것이고 생산자는 공급량을 줄이고자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금 부과는 경제주체들의 유인 구조를 바꾸어 시장이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하게 만든다.
경제적 순손실과 자유 거래의 이득
세금이 왜 경제적 순손실을 초래하는지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다음의 예를 생각해보자. 조가 매주 100달러를 받고 제인의 집을 청소해준다고 하자. 조의 시간 기회비용은 80달러지만, 제인이 집 청소로 누리는 효용은 120달러라고 하자. 따라서 조와 제인은 이 거래에서 각각 20달러의 잉여를 누리고, 창출된 총 잉여는 40달러다.
이제 정부가 집 청소에 대하여 50달러씩 세금을 부과한다고 하자. 세금을 납부하고도 조와 제인의 후생이 전보다 증가할 수 있는 가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인이 집 청소를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최대 금액은 120달러다. 그러나 여기에 세금 50달러를 제하고 나면 조는 70달러면 받기 때문에 그의 기회비용 80달러보다 적은 금액이 된다. 조가 자신의 기회비용인 80달러를 받고자 한다면 제인이 130달러를 내야 하는데, 이는 그녀의 최대 지불용의인 120달러를 초과한다. 결과적으로 이 거래는 성립할 수 없다. 조는 소득을 올릴 수 없고, 제인의 집은 지저분해질 것이다.
이들이 세금 부과 전에 누리던 잉여의 합이 40달러기 때문에 세금 부과로 인해 조와 제인은 20달러씩 총 40달러의 복지가 감소했다. 또 그들이 거래를 포기했기 때문에 정부도 조세수입을 얻을 수 없다. 여기서 사라진 40달러는 경제적 순손실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손실을 보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조세수입이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경제적 순손실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세금이 경제적 순손실을 초래하는 이유는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자유 거래를 통해 이득을 취할 기회를 세금이 봉쇄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지불용의와 생산자 비용의 차이, 즉 거래를 통한 이득이 세금보다 적은 경우 세금이 부과됨으로써 거래 자체가 무산된다. 상호 이익이 될 수 있었던 거래가 세금 부과로 인해 불가능해지는 경우 사라지는 잠재적 잉여가 바로 경제적 순손실이다.
경제적 순손실의 결정 요인
경제적 순손실의 크기는 수요와 공급의 가격탄력성에 의해 결정된다. 가격탄력성이란 수요량과 공급량이 가격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세금이 경제적 순손실을 유발하는 이유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행동을 바꾸기 때문이다. 세금은 소비자가격을 인상하게 해서 소비를 줄인다. 동시에 세금은 생산자가격을 낮추어 생산량을 줄인다. 이러한 행동의 변화 떄문에 시장 거래량이 최적 수준 이하로 감소한다. 그리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균형거래량은 더 많이 감소한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클수록 세금 부과에 따른 경제적 순손실은 커진다.
경제적 순손실에 대한 논쟁
수요, 공급, 탄력성, 경제적 순손실 등과 같은 경제 이론은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그러나 이런 경제학의 기본 이론들이 정치적 논쟁의 핵심을 이룬다. 예를 들어 정부의 적정 규모에 관한 논쟁은 세금이 경제적 순손실을 초래하고, 그에 따라 정부가 많은 일을 할수록 경제적 순손실이 증가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세금 부과가 커다란 경제적 순손실을 초래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작은 정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것이고, 세금 부과에 따른 경제적 순손실이 별로 크지 않다고 믿는 사람들은 정부가 세금을 거둬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세금에 의한 경제적 순손실은 얼마나 될까?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견해차가 있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세금인 노동 관련 세금의 예를 생각해보자. 사회보장세, 의료보험세, 연방소득세 등이 넓은 의미의 노동 관련 세금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주 정부에서도 노동 관련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노동 관련 세금이 부과되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불하는 임금과 근로자들이 실제로 받는 임금 사이에 간격이 생긴다. 미국의 경우 모든 형태의 노동 관련 세금을 다 고려한다면 많은 근로자의 한계 세율, 즉 마지막 달러 소득에 대한 세율은 거의 4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 관련 세금의 왜곡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여기는 경제학자들은 기본적으로 노동 공급이 상당히 비탄력적이라고 본다. 그들은 대부분의 사람이 임금수준과는 무관하게 직업에 종사하고자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노동 공급곡선은 거의 수직에 가까워 노동 관련 세금으로 인한 경제적 순손실은 별로 크지 않다. 노동 관련 세금의 왜곡 효과가 크다고 여기는 경제학자들은 노동 공급이 비교적 탄력적이라고 본다. 그들도 일부 사람들의 노동 공급이 매우 비탄력적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노동 관련 세금의 왜곡 효과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 후보나 국회의원 후보들이 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세금 부담을 줄여야 하는지에 대해 논쟁하는 것을 잘 보면, 그 핵심에는 바로 노동의 공급탄력성과 그에 따른 세금의 경제적 순손실의 크기에 대한 견해차가 깔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약
- 한 재화에 부과되는 세금은 그 재화의 판매자와 구입자의 경제적 후생을 축소하며, 일반적으로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감소분은 정부가 얻는 조세수입보다 크다. 총 잉여의 감소분을 세금의 경제적 순손실이라고 한다.
- 세금은 생산량과 거래량을 줄여 경제적 순손실을 유발한다. 경제주체들이 세금에 반응하기 때문에 시장 거래량이 총 잉여를 극대화하는 수준보다 작아진다. 수요와 공급의 탄력성은 시장 참여자가 시장 조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나타내므로 탄력성이 높을수록 경제적 순손실도 크다.
- 세금 규모가 증가하면 인센티브가 왜곡되고 경제적 순손실도 커진다. 세금을 부과하면 시장 거래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조세수입이 계속 증가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징수액이 증가하지만, 세금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조세수입은 감소하기 시작한다.
<간단한 퀴즈>
맥주에 대한 수요가 우유에 대한 수요보다 탄력적이라고 한다. 맥주에 대한 세금과 우유에 대한 세금 중 어느 것이 더 큰 경제적 순손실을 초래하는가?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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