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2)

2022.09.30 - [맨큐의 경제학] - 제2장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1)

제2장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1)

경제학자는 종종 경제 현상의 원인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예를 들어 왜 10대 청소년의 실업률이 나이가 많은 근로자에 비해 높은가와 같다. 혹은 경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한다. 이 질문은 10대 청소년의 복지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와 같다. 경제학자가 현실을 설명해야 한다면 이는 과학자로서 해야 할 역할이다. 경제학자가 현실을 개선하는 것을 돕도록 요청받는다면 이는 정책조언자로서 해야 할 역할이다.

 

실증적 분석과 규범적 분석

정책조언자로서 경제학자와 과학자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이 세상에 대한 견해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이 세상이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하는 실증적 주장이 있고, 다른 하나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주장하는 규범적 주장이 있다. 

실증적 주장과 규범적 주장의 중요한 차이점은 우리가 이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하는가에 있다. 

실증적 주장은 기본적으로 나타난 증거를 검사함으로써 인정하거나 부정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규범적 주장에는 나타난 사실뿐 아니라 가치관이 개입된다. 무엇이 좋은 정책이고 무엇이 나쁜 정책인지 판단하는 것은 단순한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거기에는 우리의 윤리관, 종교, 정치철학 등이 개입되는 것이다. 물론 실증적 주장과 규범적 주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속에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세상의 현상에 대한 실증적 이해가 정책에 대한 규범적 선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규범적 판단은 실증적 분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실증적 분석과 가치관에 입관한 판단이 함께 적용되어야 한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실증적 주장과 규범적 주장의 차이를 항상 유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경제학은 실증적이다. 경제가 어떤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지 설명한다. 그러나 경제학을 이용해서 어떤 규범적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경제가 잘 작동하게 될지 연구한다. 어느 경제학자가 규범적인 주장을 한다면, 정책 조언가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부 내 경제학자

경제학자의 답변이 종종 모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제학자는 정책 결정에 대가가 있다는 것을 안다. 어떤 정책은 효율을 위해 형평성을 희생할 수도 있다. 혹은 미래 세대를 돕고 현세대에 손해를 입힐 수도 있다. 정책 결정이 쉬운 일이라고 말하는 경제학자가 있다면 그 사람 말은 믿을 수 없다.

미국 대통령은 각 행정부처에서 일하는 많은 경제전문가의 도움도 받는다. 재무성에 있는 경제전문가는 대통령이 조세정책을 입안하는 데 도움을 주며, 노동성에 있는 경제전문가들은 근로자와 구직자에 대한 자료 분석을 통해 노동시장 정책 수립을 돕는다. 법무성의 경제전문가는 미국의 독점금지 정책을 시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경제학자는 행정부 밖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미 의회는 정책에 대한 독립적인 평가를 위해 의회 예산처의 조언에 의존한다. 물론 의회 예산처에도 경제전문가가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도 미국과 전 세계의 경제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수백 명의 경제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대한 경제학자의 영향력은 정책조언자로서 역할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논문도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저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의 아이디어는 그것이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 사실 이 세상은 바로 이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지적 영향력에서도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실용주의적 사람조차 사실은 어느 죽은 경제학자의 정신적 노예일 가능성이 높다. 허공에서 음성을 듣는 미치광이 권력자들은 몇 년 전에 어느 학자들이 써놓은 낙서장을 통해 그들의 광기를 흡수하는 것이다.

 

케인즈가 이 말을 한 것은 1935년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진리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어느 학자의 낙서장'의 주인공이 가끔은 케인즈 본인이기도 하다.

 

경제학자의 조언이 항상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이유

대통령이나 다른 선출직 정치지도자에게 자문을 해본 적이 있는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이 항상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현실에서 경제정책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가정하는 이상적인 상황과 차이가 크다. 현실에서 최선의 정책을 찾아내는 일은 정치지도자가 해야 하는 일의 일부분이다. 대통령은 경제보좌관들에게 어떤 정책이 가장 좋은 정책인지 전문가로서 의견을 듣고 나면 다른 보좌진의 의견을 구한다. 홍보 담당 보좌관들은 그 정책을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인지, 아니면 오해를 불러일으켜 일을 어렵게 만들지는 않을지 검토한다. 대통령 대변인은 언론이 그의 정책을 어떻게 보도할지, 신문 사설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의회 담당 보좌관들은 국회의원이 이 정책을 어떻게 볼지, 의원들이 대통령의 제안을 어떻게 수정하려 할지, 의회가 대통령 정책의 어떤 부분을 입법해 반영할지 등에 관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대통령 정치보좌관들은 어떤 단체가 지지를 선언하고 어떤 단체가 정책을 반대할지, 이 정책이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통령이 추진하는 다른 정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한다. 대통령은 이 모든 분석과 검토를 감안하여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지 결정한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경제정책을 만드는 것은 지저분한 과정이다. 대통령이나 다른 정치지도자들이 경제학자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데는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제학자들이 정책 형성 과정에 중요한 기여를 하지만, 그들의 조언은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요약

• 실증적 분석은 이 세상이 어떠한가에 대한 연구다. 규범적 분석은 이 세상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다. 경제학자가 규범적인 의견을 제시할 때, 그는 과학자라기보다는 정책조언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정책담당자에게 조언하는 경제학자들이 종종 상충하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과학적 분석 결과에 대한 판단의 차이 때문이거나, 그들의 주관적인 가치관의 차이 때문이다. 어떤 때는 경제학자들의 일치된 의견을 제시하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서 많은 제약과 정치적 고려에 의해 정책담당자들이 이를 무시하기도 한다.

<간단한 퀴즈>

• 여러분의 실생활에 관계된 실증적 주장과 규범적 주장의 예를 하나씩 들라.
• 경제전문가의 조언에 항상 의존해야 하는 정부 기관 셋을 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