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의 경제학 - Brad Plumer
경제전문가에게 비디오 게임이 새로운 개척지가 될지도 모른다.
중앙은행 당국자에게 인플레이션은 두통거리다. 그러나 적군의 우주함대가 우주 거래 기지를 공격해서 은하계 광물 가격이 급등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분석하려면 특별한 종류의 경제학자가 필요하다.
에이외우들푸르 그뷔드뮌즈손이 바로 그런 경제학자다. 아이슬란드의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그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참여하는 온라인 게임의 가상현실 경제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우주선을 만들어 7,500개의 별로 구성된 은하계를 여행한다. 그들은 자연 자원을 사고팔면서 가격이 변동하는 시장을 형성한다. 투기도 하면서 담합하고 금융거래도 한다. 이 가상 현실 시장에는 40만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참여하고 있으며, 계속 확산하고 있다.
사실 이 숫자는 아이슬란드 인구보다 더 크다.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경기 침체가 발생하기도 한다. 바로 이 때문에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의 사무실에서 그뷔드뮌즈손씨는 8명의 애널리스트와 함께 이 게임이 별 탈 없이 작동하도록 각종 데이터를 분석한다. 그의 임무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의장이 하는 일과 비슷하지만, 그 이상이다.
"여러모로 볼 때 이 경제는 현실의 한 작은 나라 경제와 맞먹는 경제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이 세계에는 가상이라고 할 것이 없다."고 그는 말한다. 요즘 다중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대규모 온라인 게임은 너무 복잡해져서 게임회사들이 경제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적절한 감시와 관리가 없으면 이 게임 속의 경제는 엉망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2007년에 어떤 온라인 게임에서 도박을 금지하자 가상 현실에서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져 오프라인에서 플레이어들에게 75만 달러의 손해를 입힌 적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른 측면도 있다.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들이 경제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경제학자들도 비디오 게임을 연구하고 싶어 한다. 가상 세계에서는 경제학자들이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운 현상들을 실험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급진자유주의자들이 현행 부분 지급준비금 제도의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는 전액 지급준비금 제도를 운행해볼 수 있다. 그뷔드뮌즈손이 관리하는 게임에서 이 제도를 운용했는데, 거기서 많은 데이터를 얻었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에서는 경제 전체를 대상으로 다양한 경제 실험을 하는 것이 현실 세계보다 훨씬 쉽다. 경제학자들은 대규모 경제 시뮬레이션이 경제학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 온라인 게임회사 밸브에서 취직한 그리스 경제학자 야니스 바로우파키스는 "경제학 이론은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다. 경제학 이론의 마지막 혁신은 1960년대였다. 이것은 경제학자들이 똑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경제학이 어려운 장벽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미래는 이제 실험과 시뮬레이션에 달려 있고, 비디오 게임 커뮤니티가 경제학자들에게 이러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소한 이것을 기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은 항상 더 복잡하다. 게임회사들은 종종 경제학자들이 경제 실험을 통해 게임을 재미없게 만드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마법 군단이나 위성함대로 가득한 우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고 조롱하기도 한다. 그러나 게임회사와 경제학자들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러려면 그들이 게임 조종간을 함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6월 바로우파키스는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이 밸브사의 사내 경제학자로 고용됐다고 밝혔다. 밸브사는 하프 라이프라는 인기 게임을 만든 회사다. 그는 유명하지 않은 그저 그런 경제학자가 아니다. 아테네대학 재직 중 그리스의 국가 부채 문제와 유로 위기에 대한 예리한 분석으로 이미 잘 알려진 경제학자다. 밸브사가 그를 고용한 이유는 명백하다. 그 회사는 스팀이라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팀 포트러스2 같은 게임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밸브사는 스팀 기반 게임들을 연결하여 플레이어들이 가상현실에서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밸브사의 CEO 게이브 뉴얼이 바로우파키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밸브사는 공용 통화를 만들어 2개의 가상현실 경제를 연결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데 이 경우 발생하는 골치 아픈 국제수지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과 씨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뉴얼은 독일과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당면했던 어려운 문제를 연구한 전문가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적합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사내 경제학자를 고용한 게임회사는 CCP와 밸브 두 회사밖에 없지만, 가상경제를 연구한 몇몇 경제학자들은 이미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코넬대학 경영대학원 교수 로버트 블룸필드는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고 10만명이 참가하는 게임을 만든다면 거래가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고안해낼 수 있는 경제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출처 : The Washington Post, 2012년 9월 28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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